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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상업시설 (New Retail)

 

 

 

Raul A. Barreneche / PHAIDON
- 번역 : 김진호(미국 보스턴 TRO 근무) -

 

 

 

 

 

 

 

 

들어가는 글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몇몇 학생과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일부가 실린 하버드 디자인 스쿨 쇼핑안내(Harvard Design School Guide to Shopping)란 책에서 상업시설을 현대도시의 모습에서 가장 유일하고 영향력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건축 비평가인 폴 골드버거(Paul Goldberger)는, 유행을 주도하는 콜하스의 소호(SoHo) 프라다(Prada) 매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콜하스가 제안하는 다음과 같은 장황한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쇼핑은 아마도 마지막 남아있는 공공활동일 것이다. 점진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을 통해, 쇼핑은 도시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바꾸어 놓고 식민화하고 잠식한다." 쇼핑안내(Guide to Shopping)의 공동 편집자인 쯔 청 렁(Sze Tsung Leong)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쇼핑은 모든 것에 용해되어 있고 모든 것은 쇼핑에 용해되어 있다.

렘 콜하스와 그의 동료들에게 상업 공간은 도시의 분위기를 규정한다. 또한 그들에게 상업 공간은 사무실, 체육관, 도시공원, 극장, 공항, 기차역, 운동장 같은 공공의 교류를 위한 장소 그 이상의 것이다. 교외의 도시구조에서도 쇼핑 몰은 유일하고도 중요한 공공장소이다. 거기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미국 도시들에서의 중심도로)나 센츄럴 파크(Central Park-뉴욕 중심부의 공원)나 아고라(agora-고대 그리스의 시민 집회 장소)가 없다. 지역 사회는 신발 가게나, 보석 판매대나, 푸드 코트(food courts) 등을 따라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세계의 좀 더 활기찬 도심들에서 상업 시설은 시민들의 교류를 위한 많은 장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최근 유명 건축가들에게 상점 디자인을 의뢰하는 건축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렘 콜하스와 그의 학생들의 학문적인 연구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것은 브랜드의 명성과 시장성과 제품(옷, 주전자, 토스터기 또는 아파트 등의)의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훌륭한 디자인이 힘을 발휘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야기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 미술관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었고, 건물 확장이나 신축에 유명한 건축가들을 고용하기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건축주들이 상징적인 건축물이 어떻게 자신의 기관을 발전시키고 도시를 활성화하는지 보았을 때, 기관의 위원회는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축이  방문자나 건축기금 기부자들에게 더욱 더 효과적인 선전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타겟(Target-미국의 대형 생활 용품 소매점)이나 이케아(IKEA-세계적인 저가 가구 체인점) 같은 대규모 상점들은 훌륭한 디자인이 그들의 가장 큰 재산임을 인식했다. 세계적 대 기업인 이케아가 항상 적절한 가격의 디자인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미국 체인인 타겟은 건축과 인테리어로 유명한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나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타드 얼뎀(Todd Oldham)이나 신티아 로어리(Cynthia Rowley)에게 생활용품이나 의류를 디자인하게 하여 상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행을 따르는 광고효과와 함께 타겟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전략은 성공을 거둔다. 이제,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필립 스탁은 유(Yoo)라고 불리는 브랜드로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에 주거공간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와 촬스 과쓰미(Charles Gwathmey)가 아파트 타워의 설계로 마케팅 전략의 중심이 되어 조명을 받고 있다.

이미지 의식이 강한 패션 산업에서 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본래 이 산업은 항상 디자인에 관계되었다. 단지 전과 다른 것은 건축물의 역할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고 그것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모두 이치에 맞는 것이다. 건축 프로젝트에 대한 전례 없는 언론의 취재, 특히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대한 자세한 보도, 디자인에 관해 널리 퍼진 허상, 그리고 집 수리 전문 채널 방송 등은 디자인이 얼마나 대중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행하는 공조(Fashionable Collaborations)

패션 디자이너와 건축가 사이에서 시작된 공조는 두 가지의 예술적 상상력을 하나로 맺어준다. 프랭크 게리와 이세이 미야끼(Issey Miyake)는 힘을 모아 일본의 아방 가르드 디자이너(이세이 미야끼)의 뉴욕 지점을 디자인 하였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콜하스를 불러 세계 곳곳에 프라다 지점을 세우게 하였다. 상업 건축에 전문성을 가진 디자이너가 사업주 감독 아래에서 혹은 회사 내의 설계실에서 점포를 설계한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과거에 대부분의 상점은 의도적으로 외부와 단절되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오로지 상품에만 집중되도록 만들어졌다. 패션 부티끄나 슈퍼마켓에서 게리나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 허조그 앤 드 뮈론(Herzog & de Meuron) 같은 건축가가 만든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판매시설이 건축가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1970년대에 사이트(SITE)의 아방 가르드 건축가 제임스 와인(James Wines)과 엘리슨 스카이(Allison Sky) 그리고 로버트 벤츄리(Robert Venturi)와 데니스 스캇 브라운(Denise Scott Brown)이 베스트사(BEST Products Company)를 위해 거대한 조각 전시물 같은 인상적인 판매장을 만들었다. 사이트의 베스트 제품 전시장(BEST Product Showroom, Houston,1975)은 기존의 인습을 타파하는 듯한 형상의 디자인으로 부정형의 벽과 찢어지고 뜯겨진 입면을 보여준다. 로버트 벤츄리와 데니스 스캇 브라운의 베스트 카다로그 전시장(BEST Catalog Showroom, VSVA, Laghorne,1978)은 꽃 무늬의 대담한 색의 대형 그래픽 예술의 외벽이 보이는 반면, 베스코 전시장 (Basco Showroom, VSBA, Philadelphia,1976)에서는 창 없는 건물 앞에 10 미터 높이의 회사 이름 알파벳을 나열하였다. 1980년대에는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뉴욕의 5번가에 있는 역사적인 세리 네델란드 호텔(Sherry-Netherland Hotel)에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urg)의 패션 기호를 위한 포스트 모던 양식의 매장을 디자인하였으나 후에 지오프레이 빈(Geoffery Beene)이라는 의류 매장으로 개축되었다. 백화점 내에 의류매장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이 시대에 독립적인 건물로 서있던 위와 같은 전시 매장들은 상점건축에서 돋보이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사이트나 벤츄리, 스캇 브라운의 건물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는, 건축가들이 미술관이나, 고층건물이나, 대학 건물을 건축한 반면 패션 부티끄  등을 디자인할 기회가 없었다. 아이 엠 페이(I.M Pei)가 할스턴(Halston) 상점이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쳐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발렌티노(Valentino) 상점을 설계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마찬가지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 시대 최고 수준의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에게 상점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이트나 벤츄리, 스캇 브라운이 베스트나 베스코와 공조한 것은 예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건축물이 시대의 주목을 받을만하였어도 그들의 건축주는 그만큼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고, 건축가 역시 아직 영향력 있는 건축가는 아니었다. 최근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저명한 건축가는 문화적인 조건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으로 유명 건축가를 고용한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다. 그는 영국 건축가 존 퍼우슨(John Pawson)에게 메디슨가(Madison Aveue)의 지점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했다. 퍼우슨의 미니멀한 감각과 클라인의 절제하는 정신이 이상적으로 만났다. 공기처럼 가벼운 매장이 1996년도에 문을 열었고, 공간의 천장과 바닥은 모두 흰색이다. 퍼우슨은 상품을 전면에 놓고, 시선을 끄는 상품 진열대를 중심에 놓는 과거의 방법과는 반대로 디자인했다. 대신에, 그는 의류들을 주변으로 몰아넣고 가능한 한 진열대를 보이지 않게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상품들이 아니라, 비어진 공간이다. 이것은 급진적인 안이었고, 메디슨가 매장은 붐비는 사람들로 성공을 거두었다.

긴장감 있는 비움을 통한, 눈을 끄는 미니멀리스트의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는 뉴욕 건축가 마이클 가벨리니(Michael Gabellii)에게 파리, 밀라노, 런던과 함부르크(Hamburg) 본사의 19세기 빌라 재건축을 의뢰했다. 퍼우슨(Pawson)과 클라인(Klein)처럼 가벨리니와 샌더는 예술적인 감각의 결합에 공감했다. 함부르크 태생의 샌더는 깔끔하고 고전적이며 미니멀한 선의 옷으로 유명하고, 가벨리니의 건축 역시 유사하게 절제하는 언어이다. 이러한 공조로 80여개가 넘는 샌더의 지점을 가벨리니가 디자인하였다.

그 사이 예술세계는 리챠드 그럭만(Richard Gluckman), 프레드릭 피셔(Frederick Fisher), 아나벨르 셀도프(Aabelle Selledorf) 같은 사람들이 디자인한 미니멀리스트 갤러리들이 주도하였다. 패션과 예술의 연결은 깊어졌다. 뉴욕의 몇몇 현대 갤러리를 만든 그럭만은 패션으로 뛰어들어 헐머트 랭(Helmut Lang)의 뉴욕 소호 매장과 도쿄의 매장, 그리고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의 뉴욕과 마이애미 비치 매장을 디자인하였으나 어떤 것도 지어지진 않았다.

세계의 경향과 지역의 양식(Global Trends, Local Style)

헐머트 랭과 질 샌더같은 성공한 패션 브랜드는 세계 곳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조직의 상점들은 어떻게 각 지역의 다른 도시 맥락 안에서 디자인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밀라노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도쿄에서 판매되는 것과 같다면, 매장의 모습도 같아야 하는가? 소매상점은 일반적으로 특히 패션의 분야에서 점차 세계적인 조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전략인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 전략인지에 대한 답은 브랜드와 시장에 달려있다. 어떤 회사는 그들 브랜드의 상점이 세계적으로 동일한 모습으로 쉽게 인식되기를 바라는 반면, 어떤 회사는 각 지역의 시장에 맞게 디자인한다. 많은 회사들은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도쿄의 오모떼산도에 있는 디오르(Dior)의 매장에서는 디오르의 역사, 프랑스 스타일, 현재의 수석 디자이너의 스타일과 매장 주변 지역의 결점점을 통합하였다. 빛나는 유리벽, 주름 잡힌 반투명 천 켜(layer)에 의한 암시 등은 건축가 카주요 세지마와 류이 니시자와의 작업이다. 다시 말해서, 이 매장에서는 파리 고전풍의 단정한 요소들과 도쿄의 하이테크적 번뜩임이 결합되어 있다.

상 파울로에 있는 이사이 웨인펠드(Isay Weinfeld)가 디자인한 상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패션과 건축 디자인의 경향과 브자질의 재료, 공예, 생활방식의 결합을 보인다. 투피 듀엑(Tufi Duek)이라는 패션 디자이너가 의뢰한 웨인필드는 역시 듀엑의 옷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리우 데 자네이로의 바닷가, 열대 과일과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에서의 미적인 요구를 해석하여 건축에 이용하였다. 웨인필드의 디자인은 중립적이면서도 듀엑의 작품에 풍부한 배경이 된다. 매장에서 옷들은 이차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반면, 웨인필드는 옷들을 벽에 미리 만들어진 진열대에 놓고, 실내에 비어진 흰 공간을 만들었다. 옷의 전시대 대신에, 손으로 만든 북부 브라질에서 유래하는 넝마로 만든 깔개 위에 브라질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가 매장의 판매부분을 압도한다. 매장의 중앙에는 붉은 유리 타일로 마감된 극적인 계단과 함께 높은 아트리움이 있다. 또한 브라질 북부 지방에서 공예품에 사용되는 지역 고유의 재료인 타이파(taipa)를 사용한 벽의 풍부한 질감을 보인다. 매장에서 세계적인 유행과 지역적으로도 반응하는 쇼핑 경험이 창출된다.

프라다의 에피센터(epicenter-중심지) 전략은 기존의 유행과는 반하는 그리고 인식될 수 있는 지점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 디자이너 프라다와 회사 CEO가 에피센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전, 세계 곳곳의 프라다 매장의 모습은 한 가지 색으로만 규정되었다. 밀라노부터 마이애미에 이르기까지, 독립 매장뿐만 아니라 백화점 내의 매장에까지 차가운 녹색의 벽이었다. 매장에 대해서 건축을 논할 것은 없었고 단지 페인트가 칠해질 면이 프라다 녹색으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한편으론 최소의 투자로 높은 국제적인 인식효과를 거둔 것이다.

렘 콜하스의 OMA에 의뢰해서 몇몇 도시에 상징적인 지점을 만들자는 생각은 전향적인 것이었다. 회사는 에피센터 사이에서 다른 점(건축 재료, 기술, 디스플레이 방법의 혁신)이 지점의 성격을 규정하도록 결정하였다. OMA는 이러한 지점들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뉴욕, 베버리 힐스, 샌프란 시스코 등 세 지점을 디자인하였다. 허조그 뒤 미론은 도쿄의 에피센터를 디자인하였다.

지점들을 구분짓는 요소들이 본질적인 건축의 문제가 아니고 실험과 혁신이었기 때문에 OMA와 허조그 뒤 미론은 쇼핑 경험의 모든 것을 재고하였다. 일부의 실험은 단지 기존 매장의 형태적인 변화이다. 콜하스는 도서관의 이동식 책장 같은 선반과 스위치로 작동되어 투명한 유리면이 불투명하게 바뀌는 탈의실 등을 제안하였다. 도쿄의 에피센터에서 허조그 뒤 미론은 주물 섬유유리(cast fiberglass)의 카운터와 깃털로 마감된 옷걸이 등을 제안하였다. 다른 좀 더 혁신적인 것들은 잠수용 튜브 모양의 사운드 샤워(sound shower)와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는 동안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상품정보를 알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시스템 등이다.


상업와 문화

뉴욕 에피센터의 흥미로운 점은 건물의 재료나 기술보다는 콜하스의 문화적인 프로그래밍을 상업적인 장소에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이 개념은 눈에 들어온다. 콜하스는 뉴욕 소호의 비싼 일 층의 땅 일부를 과감히 베어내어 물결 같은 나무로 된 관람석과 접는 방식의 무대를 만들어 그곳에 작은 음악회나 강의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상품들은 매장의 큰 빈 공간에서 이차적인 것이 된다. 이제 기능적 입장보다는 콜하스가 기존 질서의 변화를 진술한 데서 경향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정기적인 문화 프로그램은 아직 일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라다의 쇼에서 만나자"라는 슬로건은 아직 뉴욕의 그 멋진 장소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상업 기능은 매장의 뒷편이나 지하층의 중요하지 않은 장소에 자리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콜하스의 진술은 그에게 주어진 의무를 수행하는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긴 하지만 상업성에 반하고 있다.

상업과 문화의 혼합에 대한 그의 관찰은 다른 프로젝트에 뿌리를 둔다. 호주 멜버른 중심부의 눈을 끄는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는 복합기능의 프로젝트이다. 사무실, 상가, 외부 시장은 빅토리아 주립 미술관의 지점과 섞여있다. 렌조 피아노의 도쿄 헤르메스(Hermes) 건물은 두 개 층에 걸친 갤러리가 건물의 최상층부에 있는데, 거기에는 히로시 수기모토 같은 예술가들의 수준높은 작품들이 걸려있다. 뮌헨 중심에 있는 허조그 뒤 미론의 다섯 개 중정 프로젝트는 역사적인 건물과 현대 건축물을 교묘하게 엮어놓고, 옷가게와 카페 등을 두었다. 다이애너 앤 다이애너(Diener & Diener)의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미그로스 슈퍼마켓에는 같은 건물 안에 미그로스 체인이 의해 운영하는 성인 교육시설과 쇼핑센터가 함께 있다. 실상 교실로 가는 학생들은 유리벽을 통하여 교육에 도움이 되는 상품 포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쇼핑과 문화적 행위들의 상승 관계가 나타난다. 뉴욕의 프라다 매장에서 콜하스는 문화와 상업의 관계를 뒤집으려 시도했던 반면 이러한 다른 프로젝트는 상업과 문화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콜하스가 현대 도시에서 쇼핑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갖는 신념의 측면에서 그 궤를 같이한다.


패션을 넘어서

유명한 스타 건축가들의 참여는 첨단 패션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몇 해 전 카를로스 자파타(Carlos Zapata)는 플로리다주에 눈에 띄는 슈퍼마켓 체인점을 디자인하였다. 마이애미에 있는 퍼빅스(Publix)란 이름의 이 체인점의 전면은 금속성의 유리로 되어있다. 옥상에 있는 주차장에서부터 자동화된 램프를 타고 특색있는 건물 입면을 경험하며 건물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쇼핑하는 사람들을 건축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지역 주민들은 이형적이고 눈에 띄는 이 건물을 작은 구겐하임 빌바오로 여긴다. 프랑스 파리의 유리박스 국립도서관으로 유명한 도미니끄 뻬로(Dominique Perrault)는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엠프레이스(Mpreis)라는 오스트리아 체인 슈퍼마켓의 점포들을 디자인했다. 건축가들에게 전형적인 슈퍼마켓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주목받는 건물을 만듦으로써, 그 건물의 세련된 모습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게 되었다. 창없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는 것과, 천장이 아주 높고 빛이 충만하며 심지어 알프스의 전경이 보이는 곳에서 식료품을 고르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엠프레이스로 달려갈 것이다. 회사입장에서 건축은 사람을 끄는 것이고, 손익계산에서 보면 이익이 되는 것이다.

간과해왔던 판매시설의 환경을 다시 만들기 위해 유명 건축가를 고용하는 경향은 패션업계나 슈퍼마켓 같은 큰 박스건물의 업종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자인에 신경쓰는 섬세한 상품의 수준에 맞는 모습의 상점을 만드는 것이 의도이다. 유행에 민감한 안경회사 엘에이 아이웍스(l.a. Eyeworks)는 독특하고 앞서있는 모습의 엘에이 지점을 원했다. 그들은 최근에 사이 아크(SCI-Arc)로 간 아방가르드 건축가이자 이론가인 닐 데나리(Neil Denari)를 고용했다. 그는 베버리 거리에 창고건물을 개조하여 접혀진 천장, 각진 진열대, 롤러가 달린 스테인레스 스틸 가구 등을 디자인하였다. 루폴이나 보이조지 같은 인습파괴주의의 팝스타를 광고모델로 하며 적은 유리나 철을 재료로 쓰는 안경회사 브랜드의 건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데나리는 아이워크의 상품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인테리어를 만들지 않는 대신 다소 거친 성격과 실험적인 디자인의 회사제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하였다. 힘이 있는 전면, 인습적이지 않은 모습의 LED사인 등을 통해 파사드는 진지한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참가하였음을 보여준다. 길고 거울이 달린 진열대는 연한 푸른빛의 벽에 놓여져 안경들을 더 돋보이게 한다. 데나리의 건축은 중립적이지도 않으면서 안경을 시각적으로 주변에서 더 돋보이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상업 디자인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 상품과 건축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것에 대한 해결에서 성공적이었다. 궁극적으로, 상업은 상품을 움직여서 구매자의 손으로 옮기는 것이다.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Vitra)가 뉴욕에 지점과 전시장을 개장할 때 수수께끼 같은 어려운 문제에 빠졌다. 몇 년 동안 비트라는 게리, 자 하디드, 안도 다다오 같은 스타 건축가에게 독일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에 있는 공장을 설계하게 하였다. 뉴욕 지점을 위해 비트라는 요즘 맨해탄에서 뜨고있는 린디 로이(Lindy Roy)에게 의뢰하였다. 그녀의 과제는 새로우면서도 다소 고전적인 비트라의 가구디자인을-마치 찰스에임스(Charles Eames)의 가구나 버너 팬톤(Verner Panton)의 가구 같이 적당히 새로운- 돋보이게 하는 건축을 하는 것이었다. 비트라의 전력으로 보아 그들은 스타 건축가를 고용하여 조각같이 돋보이는 건물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사무실 건물과는 달라야 할 전시 ․ 판매시설에서 돋보여야 할 것은 가구이다. 로이의 디자인은 그것을 잘 반영하였다. 그녀는 오래된 벽돌 창고 건물의 세 개 층을 조각 같은 요소를 통하여 하나로 묶었다. 그 요소는 커다란 컨베이어 벨트 모양으로 유명한 비트라의 의자들을  쌓아 놓을 수 있었다.

강한 예술적 디자인이 배인 상품의 브랜드를 위한 환경을 디자인하기란 본래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컴퓨터 회사인 애플 컴퓨터가 세계 곳곳에 독립 상점을 내면서, 그들은 미국 건축 사무소 버린 시윈스키 잭슨(Bohlin Cywinski Jackson)의 피터 버린(Peter Bohlin)을 고용했다. 사회 비평의 이론적 배경을 가진 램 콜하스와는 거리가 먼 버린의 상식적인 모더니스트 스타일은 어쩌면 아이북이나 아이팟의 뒤에 있는 혁명가들의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아마도 당신은 그랙 린(Greg Lynn)이나 아심토테(Asymptote)의 첨단 블로비텍춰(Blobitecture) 같은 하이테크 건축을 예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애플 컴퓨터의 회장 스티브 잡스는 신선하고, 분명한 선과 중립적인 재료를 쓰는 버린에게 갔다. 잡스는 디자인이 세계 곳곳의 매장에 쉽게 적용될 수 있고, 회사의 어떠한 단일 상품의 디자인을 복사한 모습이 아니면서도 애플의 미적인 감각과 잘 조화되는 디자인을 원했다. 버린과 그의 동료들은 연한 빛의 큰 나무 테이블, 차가운 돌 바닥, 스테인레스 스틸 기둥, 구조유리로 된 계단-애플의 컴퓨터나 주변기기의 하이테크 이미지와 다른 장소들에서도 쉽게 표현될 수 있는-등 규격화된 조립품들의 변형을 디자인했다. 이러한 것이 브랜드의 일부로 디자인에 표현되고, 인테리어가 상품을 무대의 중심에 놓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아주 구체적인 디자인을 선택하기보다 회사의 포괄적인 이미지나 정신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회사에게 현명한 선택이 되는 일이 많다. 애플의 상품은 항상 변화하고 발전된다. 변화는 패션의 계절적인 사이클보다는 느리지만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곡선과 젤리를 연상시키는 색채는 그 기술적인 발전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미 오래된 것들이다. 애플 디자인의 핵심과 시각적인 철학의 요소를 추출하여 건축에 접목함으로써 버린은 매끄럽고 기능 좋은 컴퓨터의 차세대 모습에서도 퇴색되지 않게 보이도록 하였다. 어느모로 보나 상점은 아이팟의 성공만큼이나 인기를 끌어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다.


유효기간(Shelf Life)

상업을 위한 건축은 생명력의 관점에서 보면 일견 모순적이다. 건물은 최소 몇 십년동안 지속되는 반면 부티크나 쇼룸의 생명은 기껏해야 몇 계절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작업하는 건축가에게 그런 짧은 시간이 축복임과 동시에 재앙일 수도 있다. 노만 포스터 같은 건축가가 뉴욕이나 런던의 고급 영국 브랜드 에스프레이(Asprey)의 이목을 끄는 매장을 건축하기는 홍콩이나 프랑크프르트의 고층 건물을 건축하기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런 매장들은 얼마나 잘 만들어지고 표현되었는지의 여부를 떠나 세계 곳곳의 스카이 라인을 이루고 그의 건축들보다는 훨씬 생명력이 짧다.

많은 건축가들은 분명히 상업 건축에서 짧은 생명력을 고려할 것 이다. ARO(Architecture Research Office)는 뉴욕 메디슨가의 키오라(Qiora)라는 화장품 점포에 발광하는 곡면 벽을 만들었다. 이 벽은 빛이 통과하는 푸른색의 천으로 되었으며 극적이지만 비싸지 않고 쉽게 해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파리의 만다리나 덕의 상점은 드루그 디자인 앤드 앤엘(Droog Design and NL Architects)이 디자인했다. 파격적인 진열대에 의한 거친 정체성은 다른 지역의 만다리나 덕의 전형으로 쓰여지기로 되어있었다. 인테리어는 비어진 벽을 남겨 두면서 쉽게 분해되거나 바뀌거나 움직여 질 수 있게 고안되었다. 이것은 결국 잘된 일로서 이십팔 개월 후 점포는 헬멋 랭의 상점에 팔렸고 개축되었다.

상점이 이 년을 가든 이십 년을 가든 상업은 다른 건축 유형에 비해 그 시대의 건축적인 감각을 더 많이 나타낸다. 상업은 지금(시대)과 여기(장소)를 반영하는 환경-그 순간에 존재하는 시대의 유행, 움직임, 예술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다. 상업 디자인은 단지 건축가나 건축주 그 이상의 시각적인 생각들을 나타낸다. 그것은 브랜드의 모습,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상상력과 고객의 기대에 부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