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골마을서 왕곡마을까지.. 전통마을 답사기 ㅣ 김태식기자 (taeshik@yna.co.kr) ㅣ 2011-06-29 ㅣ [연합뉴스]

 

전통마을을 답사한 경험이 꽤 있거나 그런 마을에서 자란 사람은 다른 전통마을에서도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종가는 손쉽게 그 위치를 찾아낸다. 왜 그럴까?

한필원(韓弼元. 50)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그 이유를 성리학이 추구한 '질서 있는 사회' 이론에서 찾는다.

그에 의하면 조선시대는 성리학이라는 지배 이념에 따라 마을 또한 앞뒤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위계를 달리했다. 즉, 종가처럼 위계가 높은 집일수록 마을 뒤편에 위치한 것이다. 신분제를 핵심 고리로 하는 위계질서에 따라 "종가는 안길의 맨 끝, 곧 주거지의 맨 뒤쪽에 있게 된 것"이다.

성리학이 내세우는 이런 '전후(前後) 개념'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개념을 내세우는 서양의 마을이나 도시와는 근본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한 교수 스스로 대학원 재학시절인 1985년 서울 북촌 한옥마을 실측조사 이래 26년간 한국의 전통마을을 연구한 결실이라는 근간 '한국의 전통마을을 찾아서'(휴머니스트 펴냄)는 전국을 대표하는 12개 전통마을을 실례로 삼아 그 이면에 깃든 철학과 논리들을 읽어내고자 한다.

그의 이번 건축 순례기가 포착한 마을은 대구 옻골마을과 성주 한개마을, 순천 낙안읍성, 제주 성읍마을, 안동 하회마을, 보성 강골마을, 경주 양동마을, 나주 도래마을, 봉화 닭실마을, 김천 원터마을, 아산 외암마을, 고성 왕곡마을이다.

한 교수는 이 책에서 이들 전통마을을 사상ㆍ문화ㆍ사회ㆍ환경이라는 네 가지 프리즘으로 투과해 그에 숨은 질서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들 전통마을을 세심히 살피면 한국 문화는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언뜻 비슷하게 보이는 전통마을이 실은 각기 다른 질서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마을 전체의 저류를 관통하는 분모도 빠뜨리지 않는다.

"우리는 놀랍게도 전통마을에서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마을에는 공동체의 소통과 결속을 뒷받침하며, 소수의 사람들이 최상을 차지하기보다 모두가 최적을 누릴 수 있는 해법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한국 전통마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말, 곧 "인간이 자연과 하나 되어 건강하게 공존"하는 논리들이 숨어 있다는 논급도 빼먹지 않는다.

이 책은 전통마을 찬가에 다름아니다. 크고 화려한 현대의 서양식 건축물이 땅에서 우리를 떼어놓는 데 비해 전통마을에서는 땅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진정한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