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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마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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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주 기자 (jongyj@yeongnam.com)
ㅣ 2004-12-11 ㅣ
[영남일보]
'村' 자연과 사람이 하나된 공간
자연을 생명가진 유기체로 생각
성리학·풍수지리 맞춰 마을 조성
최적의 공간 배치 활용하는 지혜
한필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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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편안하게 숨쉬고 살 만한 이상적 공간을 찾아왔던 우리의 공간은 이웃과의 단절, 새집증후군, 빈부의 격차, 자연환경 파괴 등으로 결국 사람도 자연도 어느 하나 맘 놓고 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의 전통마을은 어떠한가.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한필원 지음)는 '좋은 삶터 만들기'를 기치로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모하면서도 본래 가지고 있는 질서의 틀을 여전히 명료하게 보여주는 우리 마을에서 주거공간에 대한 미래를 설계해 본다.
우리의 마을은 공간이 넓든 좁든, 환경생태학적으로 유리하든 불리하든, 역사적으로 어떤 시련을 겪든 안 겪든 그것에 맞춰 '최적'의 공간을 배치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지은이는 그것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연구방법을 통하여 낱낱이 증명하였다.
"서양의 마을과 달리 우리의 전통 마을은 위계가 높은 사람의 집일수록 마을 뒤에 자리잡을 뿐 물리적인 위계는 드러내지 않는다. 또 마을의 전면에는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자리하고, 후면에는 정신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공간이 자리잡아 마을 내에서도 조화가 이뤄진다."
서양의 마을이나 도시가 '중심과 주변'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한국의 전통 마을은 질서와 조화를 꿈꾼 공동체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책에서 사상을 비롯한 문화, 사회학, 환경생태학의 4개 주제를 만들고 그 범주에 해당하는 마을을 3개씩 골라 12개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전통 마을로 선정해 찾은 곳은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대구시 옻골마을 등이다.
'전통마을'이라 불리는 우리의 옛 마을들은 대개 16세기를 전후해서 조성된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마을은 그 당시의 틀을 바탕으로 변화·변형된 것이다. 고려 말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성리학은 16세기에 이르러 조선 사회의 지배 이념이자 일상 생활의 원리로 정착한다. 또 16세기는 사림들이 향촌 사회를 무대로 성리학에 바탕을 둔 유교적 이상 사회를 꿈꾸었던 시기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를 풍미한 여러 사상들 중에서 전통 마을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마을이 조성될 당시의 지배 이념이자 마을의 건설자들이 신봉하던 사상인 성리학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성리학이 우리사회에 도입되기 이전부터 우리의 주거 공간 만들기에 큰 영향을 미친 풍수지리를 들 수 있다. 풍수에서는 하나의 산이 있다면 비록 그 자리에서 보이지는 않으나 아주 멀리서 시발되어 쭉 이어져 온 산맥을 생각한다. 성리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로 보고 주변의 자연과 대우주로까지 확장시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풍수나 성리학에서는 자연을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보며, 흔히 천인합일(天人合一)로 표현되듯이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한다. 이런 확장적 개념에 따라 마을의 공간적 범위는 시각적으로 또 관념적으로 확대되었고, 마을의 구성 요소들은 주변 경관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
확장적 개념이 극적으로 구현된 예가 옻골마을(대구지하철 방촌역 근처)과 낙안읍성(전남 순천시)이다.
옻골에서 마을은 넓은 주변 지역을 경영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간주되었으며, 그 결과 마을 영역 자체는 최소화되었다. 옻골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항상 '대암'이 존재한다. 대암은 살아있는 거북 같다 하여 붙여진 '생귀암(生龜巖)'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계몽 운동과 후학 양성에 주력한 옻골의 입향조인 백불암 선생의 호이기도 하다.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대암은 옻골마을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자연 요소인 바위 대암은 마을 주거 공간 속에서, 역사 인물인 대암은 마을 사람들의 정신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옻골마을은 그렇게 하나의 이름을 통해 공간과 정신의 조화를 이뤄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피워냈다.
한편 낙안읍성에서 마주 보는 산의 기운에 대응하기 위하여 동문(東門)앞에 개의 조각을 둔 것은, 주거 공간이 주변의 자연에 대한 해석과 연계되어 조성됨을 보여준다. 마을 밖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 세워진 정자는 마을 영역을 주변 경관까지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는 매개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인들에게 전통 마을은 아련한 옛날의 향수를 떠올려주는 눈요기이거나 전통 문화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관광지 중의 하나로 생각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곳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질서와 조화가 숨겨져 있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삶터,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환경 친화적 삶터를 일궈온 생명의 공간이다. 북로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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