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法地 地法天 ㅣ 나경수 기자 (ksna@newsis.com) ㅣ 2004-12-7 ㅣ [뉴시스]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전 2권)」
새집증후군, 자연파괴, 환경의 역습…. 현대인이 저지른 죄와 그때문에 치르는 대가는 엄청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은 사람도 자연도 어느 하나 맘 놓고 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도시에는 편의와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개인주택에서도 더 이상 사는 사람의 개성이나 혼을 발견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마을은 어떠한가? 도시인들에게 ''전통마을''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눈요기이거나 전통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지 정도일 수도 있다. 특히 현대 주거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전통마을은 무질서하고 불편하며 활기없는 곳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곳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질서와 조화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그토록 전통마을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그곳에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땅과 인간의 관계, 사람들의 따뜻한 숨결과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통마을은 시대 변화에 동요되지 않고 현실의 필요와 삶의 이해를 기반으로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삶터'',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환경 친화적 삶터''를 일궈온 생명의 공간이다.

셋째, 그곳에는 마을의 공간 구성을 현실에 맞게 보한 우리 건축의 정신과 역사가 올바로 깃들어 있다.

그동안 우리 마을을 답사하고 그곳에 새겨진 문화나 역사, 생활, 가옥 등을 그린 책은 많았다. 그러나 마을의 경관, 공간, 그리고 건물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그 하나하나의 존재 의미를 해석한 책은 드물었다.

저자 한필원 교수는 20년 동안 우리 마을을 몸소 답사하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연구방법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공간 활용 지혜를 낱낱이 증명하고 있다.

그는 옛 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터전 위치를 잡고 마을 안 공간을 어떤 체계로 연결했으며 어떠한 형태로 삶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남아있는 그 터전에서 지금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리하여 단순한 ''전통마을 해설''에 그치지 않고 전통마을, 즉 ''사람의 정신이 땅 위에 새겨진 공간''을 통해 현 주거지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주거 공간을 찾는 데까지 뻗어나간다.

저자와 함께 전통마을을 하나 둘 답사하다보면 우리가 원하고 추구하는 진정한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진리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도덕경 25장)


한필원 지음. 북로드, 각권 356쪽, 316쪽, 각권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