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마을 알고보니 ‘지혜의 창고’ ㅣ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ㅣ 2004-12-3 ㅣ [경향신문]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 1·2 한필원 | 북로드 안동의 하회마을, 순천의 낙안읍성, 아산의 외암마을, 봉화의 닭실마을, 제주도의 성읍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보성의 강골마을…. 전통문화와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른 마을이다. 때론 큰 기대를 안고 갔다가 전통의 탈을 쓴 상술과 현대성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보고 듣고 깨닫지 못함으로써, 그 마을에서 얻지 못한 게 한 둘이 아니다.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는 전국 12개 전통마을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기행서나 해설서가 아니라 사상과 문화, 사회학과 환경생태학이란 창을 통해 들여다본 생생한 탐사보고서다. 발품을 팔아 전국을 누빈 소장 건축학자인 저자(한남대 교수)는 마을 자체와 그 속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 사람과 자연간의 관계 등을 통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저자는 12개 마을마다 먼저 마을 자체와 주요 건축물 등을 건축학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한다. 책이 일반 독자의 눈길까지 끄는 것은 그저 전통의 분석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서 현재와 미래에 우리들이 활용할 만한 지혜 등을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단순히 조선시대 양반마을로만 생각하기 쉬운 하회마을. 하지만 마을은 지배층 양반과 피지배층 서민이 나름대로 공간을 만들면서 조화롭게 공존했다. 양반 뱃놀이를 서민이 뒷수발했다면, 양반을 비판하는 탈춤판의 비용을 양반이 대듯이.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사회적 통합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아파트 단지 속의 담장에서 편가르기를 하는 현대인의 심리에까지 이른다.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해 모두가 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모습은 닭실마을에도 있다. 이 마을 집들은 모두 조금씩 이웃집과 비켜앉았다. 다른 집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조망과 일조를 골고루 완벽하게 누린다. ‘최상’을 고집한 게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최적’을 추구한 삶의 지혜다. “현재를 이해하고 앞날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꼭 자신의 전통을 탐구해야 한다”는 저자. 저자의 밝은 눈에는 마을마다 지혜가 가득하다. 서로 다른 씨족이 사는 양동마을은 팽팽한 대립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로를 북돋우는 미덕이 있고, 외암마을은 불리한 지형조건을 편안한 주거지로 만든 지혜를, 낙안읍성에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선조들의 도시관을 볼 수 있다. 특히 김천의 원터마을은 에너지 절감, 자원의 순환, 자연조건의 최대한 활용 등 환경친화적 주거방안들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책은 나주의 도래마을, 강원 고성의 왕곡마을, 대구의 옻골마을, 성주의 한개마을 등 12곳 마을이 가진 독특한 색깔과 지혜들을 담았다. 풍성한 컬러 사진과 다양한 도면, 마을마다 ‘찾아가는 길’과 ‘인근의 가볼만한 곳’ 등은 책을 더 값지게 한다. 각권 1만5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