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마을 연구 20년의 결실 ㅣ 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ㅣ 2004-12-24 ㅣ [조선일보]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 1,2권 출간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한국 12개 전통마을을 사상·문화·사회학·환경 생태학 등 입체적으로 조명한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 1, 2’ 가 최근 발간됐다.

한남대 건축학과 한필원(韓弼元·43) 교수가 20년간 현장을 답사, 연구한 것이 이달 초 두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첫 권은 전통마을에 담겨진 정신과 그 안에 숨겨진 놀라운 질서, 공간미학과 문화를 담았다. 둘째 권은 마을사람들을 친화적으로 만드는 지혜로운 공동체 삶의 공간을 분석했고 마을을 환경친화적으로 이뤄낸 선인들의 지혜를 투영시켰다.

글의 소재는 남한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부터 최남단인 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성읍마을을 포함, 남한을 모두 아우른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 안동 하회마을, 순천 낙안읍성, 봉화 닭실마을 등 총 12개 마을을 짧게는 5일 길게는 한달씩 체류했다. 단순한 답사 보고서가 아닌 전통마을 총체서로 완성한 것이다. 답사기간 동안 직접 찍은 수천 장의 슬라이드에서 고른 사진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필처럼 부드러운 문체는 전문서의 냄새를 풍기지 않아 독자들을 편하게 만든다.

한교수는 궁궐이나 사찰 같은 ‘괜찮은’ 건축물보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초가집이나 살림집 등 민초들 삶의 공간에 포커스를 맞췄다. 답사방식도 독특해 건축물 양식이나 배치, 평면을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입지와 지형지물인 풍수를 살피는등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했다. 어느 집에 들어가면 대청마루에 앉아 고즈넉하게 앞산을 바라보며 집주인의 입장에서 관찰하기도 하고 채소가 심어진 텃밭 고랑을 거닐기도 했다. 마을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미를 나열하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을 냉엄히 경계했다.

학계와 언론계의 평가도 후하다. 대전대 건축과 김상겸 교수는 “많은 학자들이 이 부문에 대한 연구 구상을 갖고 있었지만 워낙 방대한 분야이고 많은 시간이 필요해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서울포럼 김진애 대표는 “대중에게 건축이 가깝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라고 평했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역사 풍속 신화’ 부문과 인터넷 대표적 서점인 ‘Yes 24’에서 베스트셀러와 추천도서로 올랐다. 한 중앙지가 선정한 ‘올 하반기 10권의 책’에 선정됐다.

이러한 결과는 한교수의 집념어린 노력과 2001년 한교수가 주도해 설립한 ATA (아시아 건축 연구실 http://ata.hannam.ac.kr)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공동 연구로 가능했다. 각 지역에 퍼져있는 전통마을의 현장 조사와 도면 실측, 자료 조사 등 일손이 많이 들고 힘든 작업을 뒤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한교수는 시선을 중국과 일본으로 확장해 동아시아 주거건축에 대한 책 발간도 추진 중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해마다 수차례씩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연구한 것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중 중국 복건성 화안현의 흙으로 지은 다층 공동주택인 원형 토루(圓形 土樓)도 포함되어있다. 아파트의 원형격인 토루는 작은 것이 지름 3~40m, 큰 것은 7~80m에 이르는데 일정한 크기로 집이 나뉘어 있고 내부에 큰 마당과 우물, 학교, 축사, 사당 등 공동시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