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신이 땅 위에 새겨진 공간

그곳에 우리가 그리는 진정한 삶이 있다


한필원 교수는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마을을 답사하고 조사하였다. 저자가 그토록 ‘전통마을’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마을에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땅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숨결과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건축의 정신과 역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란히 좌우로 정렬이나, 공중부양을 하는 듯한 아파트단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전통마을은 무질서하고 불편하며, 활기 없는 박제된 공간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최상’은 아니지만 ‘최적’의 삶을 살아가며 자연과 공존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전통마을에 배인 정신과 지혜에 귀 기울인다면, 진정 우리가 바라는 ‘좋은 삶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마을은 온전히 살아 숨 쉬어야 한다

도시인들에게 ‘전통마을’은 아련한 옛날의 향수를 떠올려주는 눈요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을은 이런 스쳐가는 눈요깃감이나 박제된 관광 상품이 아니다. 현실의 필요와 삶의 이해에 따라 공동체를 형성하고, 온전한 삶을 만들어가는 생명의 공간이다. 지금 우리의 전통마을은 온통 생채기투성이여서 아프다. 하지만 삶의 왜곡이나 단절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건강함만은 잃지 않고 있다. 그 온전한 숨 쉼이 너무 고맙다.



‘삶’이 살아 있는 ‘터’가 사라진 지 오래,

그래서 진짜 ‘마을’이 그립다!

아파트단지, 프리미엄, 평수, 철거, 재건축…….

우리는 자신의 숨결이 배어 있는 집이 하루빨리 철거되어 재건축되기를 바라는 참으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주거공간이 단지 편의, 또는 경제적 가치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삶’이 살아 있는 ‘터’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그래서 진짜 ‘마을’이 그립다. 그곳은 건물 자체에 가치와 목적을 두지 않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성장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는 우리에게 과거로 돌아가자고 권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삶터’,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환경 친화적 삶터’의 모습이 오랫동안 전통마을에 존재해왔음을 일깨워주는 미래의 지침서이다. 전통마을 안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삶의 터전을 이룬 조상들의 지혜와 묘안들이 있으며, 공동생활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본래 가지고 있던 질서의 틀을 여전히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곳에서 나는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