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상들 지혜로운 생태주의자 ㅣ 2004-9-27 ㅣ [영남일보]


현대 물질 문명의 급속한 발달은 인류에게 풍요와 안락함을 주었지만 그 대가로 쾌적한 환경을 빼앗아갔다.

단지 개발만이 미덕이었던 초기 산업사회 사람들은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고, 환경쯤이야 얼마든지 오염시켜도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의 파괴가 곧 인류의 파멸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사람들은 생태계 보전을 목청높여 부르짖고 있다. 이처럼 요즘 즐겨 사용되는 생태(生態)라는 용어는 국어사전에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간략히 소개돼 있다.

이도원 교수가 엮은 '한국의 전통생태학'은 지금까지 서구의 잣대에만 맞춰진 현대 생태학의 문제점을 들춰보고,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생태적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는 서구 지식인이나 선진국들의 입맛에 맞는 생태학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전통 생태 방식에서 미래의 대안을 찾으려는 전세계 선구적 생태학자들의 반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의 생태학은 생물학이라는 편협된 학문에 함몰돼 본래의 존재 의미인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더구나 특정 이익집단의 자기 정당화 논리나 후진국의 개발을 막는 강대국의 외교적 무기로까지 생태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연과 인간을 위한 진정한 생태의 전형을 바로 우리 땅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근간으로 자연과 삶의 일치를 추구한 풍수지리, 자연을 섬기는 굿 문화, 배설과 정화의 기능을 함께 갖춘 ㅋ사찰의 해우소, 전통 회화·시문에 나타난 자연주의 미의식 등은 우리의 전통 문화가 바로 생태주의였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정복한다느니 혹은 개조한다느니 하는 편협되고 오만한 생각 대신 자연도 큰 의미로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저자는 이런 태도야말로 물질성의 테두리에 갇혀버린 생태학이 생명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는 '전통생태 모임'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은 이 책은 생태학자는 물론 현장 활동가, 건축학자, 화가 등 21명이 각 학문분야의 시각에서 새롭게 접근한 전통 생태학의 총체적 연구 보고서이다. 책은 1부 '우리 전통속의 생태 사상', 2부 '전통생태 환경 읽기', 3부 '대안 생태공간으로서의 전통마을' 등 크게 3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제기된 주장들은 한국 생태학의 주류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전통 생태학의 출발점이자 시금석으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