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현대 사상의 모험’ 등 문학과 인문학 분야의 양서 출간을 위해 노력해온 민음사가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펴낸다. 총 16권으로 완간될 ‘민음 한국사’는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집필한 한국사 통사다.
‘민음 한국사’는 그동안 축적돼온 학계의 성과를 반영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한편, 한 세기를 단위로 서술함으로써 깊이 있는 역사 읽기를 시도했다. 또한 동아시아, 세계와의 교류와 만남을 강조해 한국사를 더 넓은 맥락에서 읽고자 했다. 각종 인포그래픽과 비주얼한 읽기 자료, 지도와 도표 등을 적극 활용해 글로는 알기 어려웠던 정보 연관성을 최대한 강화했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과거를 성찰하고 오늘의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힘, ‘민음 한국사’는 새로운 ‘역사 보기’ 경험을 통해 한국사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민음사가 처음으로 펴내는, 믿을 수 있는 한국사

한국사 수능 필수, 역사 교과서 수정을 둘러싼 논란, 한·중·일 역사 전쟁 등 올해까지 ‘역사’라는 화두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역사가 단지 지식이나 학문 이상의 것임을, 즉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주요 가치에 대해 합의하는 토대임을 말해 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고 역사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며 올바른 역사 인식을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다르다. ‘역사’만큼 당위와 현실이 다른 분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서점에만 나가 봐도 믿고 읽을 만한 한국사 책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초등학생용 만화책, 학계에서 사용되는 학술서, 그리고 한두 권짜리 초심자용 입문서가 전부다. 미국인들이 남북전쟁에 대해, 영국인들이 왕가의 암투에 대해, 일본인들이 센고쿠(戰國) 시대에 대해 즐겨 읽고 이야기하는 것만큼의 역사 교양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한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위화도 회군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극마저 팩션 판타지가 되어가는 지금, 정말 우리는 한국사를 둘러싼 논쟁의 열기만큼 우리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여기, 민음사가 3년간의 준비 끝에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내놓는다.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나간 일로부터 지혜를 구하며 지금의 눈으로 과거를 새롭게 쓰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지식이며 거기에 뿌리를 박고서야 미래를 그려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한국사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어, 객관적인 합의 위에서 균형 잡힌 서술이 가능하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민음 한국사’는 원시시대부터 현 정권까지, 이 땅에서 일어났던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16권에 담아낼 예정이다. 그 1차분으로 조선의 건국을 다룬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과 조선 초기를 다룬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를 선보인다.

역사학자들과 각계 전문가가 집필한 객관적인 한국사

‘민음 한국사’의 첫 번째 특징은 그 필진에 있다.
그동안 축적된 국사학계의 연구 때문에 이제 한 개인이 한국사 전체를 집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민음 한국사’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서술을 위해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전공에 따라 분담하여 집필하되, 기획 단계에서부터 서술의 방향과 톤을 고르게 맞추었다. 덕분에 매끄러우면서도 균형 잡힌 서술이 가능해졌다. 동시에 학계의 최신 연구 방향과 합의점을 객관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또한 역사학계뿐 아니라 비역사학계의 학자들까지 참여해 한국사를 더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지리, 과학, 문학, 미술, 음학, 건축에 이르기까지 각계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해당 분야를 깊이 있게 서술했다. 사대부의 이상향인 닭실마을의 집들이 피보나치 수열로 이루어지는 등각나선형으로 배치됐음을 밝힌 것이나, 한글과 함께 당시 세계 문자들의 흥망성쇠를 도표로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낸 것 등은 이런 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민음 한국사’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현재 학계의 역량을 최대한 담아낸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한국사라 할 수 있다.

세기별로 나누어 보는, 새로운 한국사

‘민음 한국사’의 두 번째 특징은 ‘세기(世紀)’라는 독특한 서술 단위에 있다.
그동안 한국사는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이루어지는 틀에 갇혀 있었다. 고려-조선 등의 왕조 중심 단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조선 시대가 중세와 근세, 근대로 나누어지는 등 일반 독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상으로 와닿지 않는 시대 구분이었다.
‘민음 한국사’는 과감하게 모든 시대를 약 100년간의 ‘세기’로 구분함으로써 새로운 역사 서술을 시도했다. 이는 모든 시대가 지닌 각자만의 특징에 더 주목하려는 것인 동시에, 동시대 다른 세계와의 비교를 가능케 한다. 일례로 흔히 조선 전기로 뭉뚱그려졌던 15~16세기를 각각 나누어 서술함으로써 왕권 중심의 건국을 다룬 15세기와 사대부의 성장을 다룬 16세기로 나누어 볼 수 있게 됐다. 각 시대별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사를 깊이 있게 서술하게 된 것은 물론, 독자 입장에서도 한국사의 큰 흐름을 굵직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당대의 다른 문명권과 한국사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이 대항해시대로 시작해 『표해록』의 여정으로 끝나는 것이나,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가 양명학과 프로테스탄티즘을 ‘주관주의’로 묶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각 시대를 이후 시대의 원인이나 이전 시대의 결과로 환원해버리는 대신, 각 시대의 현실 그대로를 복원하는 생생한 서술이 ‘민음 한국사’의 두 번째 특징이다.

우리가 바라본 세계, 세계와 만난 우리

‘민음 한국사’의 세 번째 특징은, 세계사를 끌어안은 한국사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 못지않게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을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부단히 외국과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우리’를 만들어온 역사를 갖고 있다. ‘민음 한국사’는 세계사를 단지 ‘국사’의 배경으로 곁들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를 우리 역사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한국사를 더 넓게 만들고자 했다.
예를 들어 조선 건국의 맥락을 중국의 원-명 교체와 연결 지어 바라본 것이나, 임진왜란을 한·중·일 3국이 각각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 짚는 것이 좋은 예다. 뿐만 아니라 15세기의 북경과 한성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조선과 함께 태어난 ‘신생국 열전’, 조선 사대부 층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동아시아 속의 사(士)’ 등 우리 역사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기의 초점’ 코너를 각 장마다 마련했다.

화려한 인포그래픽과 비주얼의 향연

끝으로, ‘민음 한국사’는 최고의 비주얼과 인포그래픽을 갖춘 한국사임을 자부한다.
『한국생활사박물관』으로 역사책 편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편집팀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약해 만들어낸 최신 인포그래픽과 화려한 비주얼을 만끽할 수 있다. 본문에 이미지를 삽입해 가독성을 떨어뜨려왔던 기존의 방식을 정제된 본문 디자인으로 극복하는 한편, 각 장과 절 말미에 특집 면을 두어 글로는 미처 서술할 수 없었던 사건과 인물, 정보 간의 연관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15세기 동아시아 일대를 표류한 최부의 여행기를 8페이지의 인포그래픽으로 담아낸 ‘『표해록』의 세계’, 16세기 임진왜란을 통해 퍼져나간 도자기 루트와 그 변천을 다룬 ‘동서 도자 교류 역사’, 1미터짜리 선형 그래픽으로 담아낸 ‘세계 문자의 뿌리와 갈래’ 등은 이제까지의 역사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최신 인포그래픽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민음 한국사’는 다큐멘터리 구성을 통해 독자의 읽기 경험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차세대 편집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