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근대 건축물과 함께 하는 '열린미술전' 대전서 열려 ㅣ 송현주 기자 (hjsong@newsis.com) ㅣ 2005-8-8 ㅣ
[뉴시스]

전국 최초로 근대 건축물과 함께하는 미술 전시가 오는 9월 23일부터 11월 20일까지 대전에서 열린다.
경제 논리에 따라 근대 건축물이 소리도 없이 철거 되거나 방치 되고 있는 가운데 근대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는 '열린 미술전'이 열려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문화재 유산이 적은 대전에서 이 같은 전시가 열리게 돼 의미가 매우 크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이곳은 과거 행정타운이었으며 경제 중심지.
현재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각광 받는 곳이다.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며 과거의 번화가를 아직도 상징하듯 상가가 즐비한 곳이다.
이 거리 한 코너에는 마치 일제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 있다.
최근, 이곳에 낯선 사람들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의 정체는 근대건축물 기록사업을 하는 ATA아시아건축연구실(실장 한필원
한남대 교수)과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 다양한 분야의 미술작가이다.

이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 까.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건축과 미술이 만나는 '열린미술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기업과 대학, 미술관이 한 뜻을 모아 개최하는 대규모 미술전으로서 건축물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술전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근대 건축물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기업, 대학, 미술관이 일심동체가 되어 근대문화유산을 살리기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ATA아시아건축연구실과 공동 주관으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옛 국립농수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에서 '열린미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측은 미술 작품을 이용, 건축과 어우러지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ATA아시아건축연구실은 근대 문화 유산 건축물 기록사업과 함께 외벽에 영상 레이저 쇼를 준비하고 있고 근대 문화유산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건축, 미술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또 (주)
대우건설이 레이저 영상 장치를 지원하는 등 후원자로 나섰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근대 건축물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원도심지역의 발전과 균형적인 문화발전을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 건축적 의미

대전시 중구 은행동 옛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은 지난해 등록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건물은 1958년 건물로서 한국 전쟁 후 복구과정에서 탄생됐다.
건물의 특성은 근대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 하고 있다.
단정한 느낌의 디자인과 비교적 간단한 인테리어, 내부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 등이 특징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바깥쪽 창문에 루버(햇빛 가리개)를 설치해 햇빛의 방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현대 건축물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풀어준 설계이다.

ATA의 한필원 교수는 “루버가 서쪽으로 수십개 달려 있어 빛의 양과 방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과학적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은 대전의 건축 1세대인 배한구(1917년 생)씨다.
배 씨는 경성 공립 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대전 최초로 ‘배한구건축사무소’란 건축설계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관하는 한필원 교수는 “이 건물을 조사하면서 앞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되기에 이 같은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건물을 돌아보면서 5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우리 삶이 담겨있는 건축물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미술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이번 전시가 크고 높은 새 건물보다 오래된 건축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적 의미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공동 주최자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삶은 먹고 사는 경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문화는 삶의 일부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화 사업이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차세대 사업이지만 아직도 소홀히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근대 문화유산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거나 공론화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은 “행정당국과 기업, 시민들이 조금 더 문화에 관심을 가져 문화 사업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전시는 근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건축물이 갖는 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일깨워 주는 첫 시도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인 유동조 작가를 비롯해
이상봉, 유재중, 이동석, 유동석, 전재홍, 정장직, 권종환 등 총 8명의 내외국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시되는 작품도 설치예술을 비롯해 판화, 레이저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품들이 선보이며 건물 외부에서 내부까지 가득 매울 예정이다.
미술전에 참여하는 설치 미술의 대가 유동조 작가는 “근대 건축물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늘 상 봐왔던, 눈에 익은 건축물을 우리는 쉽사리 지나치나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문화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이번 전시는 대전 전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면서 “앞으로 진행될 문화 행사의 모델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