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고 싶어 환장하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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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원 / 0502

  얼마 전, 지난 20년간 전통마을을 답사하고 연구한 것을 정리하여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전통마을을 연구하는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답사할 때와는 달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마을에 가서 집과 길, 나무 등을 일일이 재고 도면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런 일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로서는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학이란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운 때이므로 현장에서 작업을 하기에는 부적당한 시간이다.

  이런 불편함에도 전통마을 연구에 긴 시간을 매달려온 것은 그곳에 건축가로서 떨치기 힘든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건축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건축과 도시가 우리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현대의 건물들은 크고 화려하지만 우리를 땅과 떼어놓고 우리를 한 없이 작아지게 하곤 한다. 그에 비해 전통마을에 들어가면 집과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존중하는 듯하다. 마을을 다니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땅과 인간의 관계를 발견하였다.

  경북 봉화의 닭실마을은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 앞에 설 때처럼 집들이 서로 다른 집을 가리키지 않은 채 비켜 서 있다. 집들이 서로 조금씩 몸을 틀어 햇볕과 시선을 터주고, 심지어 같은 집의 안채와 사랑채도 서로 일조를 방해하지 않게 배열돼 있다. 대구 둔산동 옻골마을은 뒷산 봉우리에 혹 같이 생긴 ‘대암’이란 바위가 건축 질서를 부여한다. 옻골마을에 일족을 데리고 들어온 대암 최동집 선생의 호를 딴 바위 대암은 그 분의 신위를 모신 별묘와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의지처인 대암에 대한 마음이 만든 공간 미학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일전에 녹음 자료를 정리하다가 다시 들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 윤증선생고택의 양씨 할머니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열아홉에 시집와 이 집에 산 지 65년 됐어요. 아, 그러니까 내가 대전 병원에 가서 두 달을 넴겨 있다가 그렇게 집에 오고 싶고 궁금해서 환장을 하것고, 병원에서도 아픈 건 둘째고 그저 집이 어떠냐고, 집이 어떠냐고 오는 사람마다 물었는디, 퇴원을 안 시킬라고 하는 것을 어거지로 사위들에게 나 오늘 꼭 퇴원하것으니 누구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비밀로 집에 데려다달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