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사업 주민이 주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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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원 / 061122

[전국프리즘] 농촌지원사업 주민이 주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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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화관광부.농림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 등 여러 정부기관에서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예로 올해로 2기를 맞은 문화관광부의 '문화.역사마을 가꾸기' 사업은 경남 통영의 '문어포' 등 전국에서 7개 마을을 선정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마을에는 앞으로 2년간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30억원이 투입된다.

이들 사업을 보며 그만큼 농촌지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반갑다. 마을에 쏠리는 이런 갑작스러운 관심이 오래된 우리 삶터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면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사실 근대화 시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국토의 90%가 넘는 농촌지역을 소홀히 해 왔는데 이런 사업들을 계기로 농촌지역이 살기 좋은 곳으로 가꿔진다면 전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금을 투입한다고 농촌지역이 꼭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오히려 마을을 해치기도 한다. 그러면 진정 살기 좋은 마을, 가보고 싶은 마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마을을 주민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는 삶터로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마을을 관광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나 그런 생각이 앞설 때 농촌지원사업은 뜻하지 않게 마을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사실 지난 시절에는 밖에서 바라보는 도시 사람들을 염두에 둔 농촌계획이나 사업이 많았다. 그래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뜯어고치는 수고를 했지만 정작 사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고 보는 사람에게도 식상한 마을 모습이 만들어지곤 했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마을마다 지은 근대적인 마을회관이 겨우 한 세대가 지난 오늘날 대부분 철거되거나 방치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마을이 살기 좋은 곳이 돼야 주민들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고, 마을이 고유한 모습을 잃지 않고 지속될 때 훌륭한 관광의 대상도 될 수 있다. 주민들이 불편하고 힘겨워 마을을 떠나는데 그런 마을을 보겠다고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삶터는 좋은 관광지도 될 수 있으므로 삶터로서 마을을 가꾸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면에서 농촌지원사업은 마을 생활을 위해 절실한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찾아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아닌 주민들이 주체가 돼 해결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일이 돼야 한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운영하기 힘든 시설을 만든다면 또 머지않아 흉물스럽게 버려질지도 모른다.

본디 삶터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좀 더 활기차고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농촌이 되살아나는 조짐일 것이다.

농촌지원사업을 통해 희망적인 조짐이 농촌 곳곳에 조용히 뿌리내려지기를 기대한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AT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