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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1980년대를
뒤로 보내면서 1990년대를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 서울의
도심에 있어서 사무실/상업건물들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건물의 설계를 공간구성 측면에서 볼 때, 건물이 주로 내부공간
위주로 설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건물의
외부공간을 설계할 때 내부공간을 설계하는 데 투입하는 정도의
대등한 건축가의 노력과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건물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조화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건물의
외부공간과 궁극적으로는 내부공간의 질의 저하를 초래하게 되었다.
둘째는
건물의 1차적인 이용자 이외의 일반대중에 대해서는 공간을
배타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건물로의 보행
접근성을 저하시키게 되고 또한 건물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에서
공적인 공간(public space)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세째로는 건물 내부공간에 대한
설계대상을 좀더 작게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무실로 임대되는 사무실 공간, 이른바 기준층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계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사무실로 임대되지 않는
로비공간과 부분적으로 소매용도(retail use)로 할애되고 있는, 이른바
저층부분(lower levels)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볼 때 충분한 설계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다고 하겠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건물설계에 있어서 기준층의 설계에 비해서 저층부분의 설계를
소홀하게 다루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아니 좀더 나아가서 1970년대 이후 서울 도심의 사무실/상업건물에
대해 위와 같은 특징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항상 얘기해오던 건축관계법제도와 그 운영의 문제점,
설계비의 낮은 수준과 설계기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는
설계여건의 문제, 클라이언트의 의식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설계자들이
여기서 언급된 구조적인 장애요소를 너무 오랜시간 동안 일종의
피난처로 생각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좀더 나은 설계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설계를 구조적인 장애요소들의 틀 안에서
타성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의 도심환경에도 혁명적인 상황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즉 시민들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급증함으로
말미암아 도심환경의 어느 거리, 어느 대지이건 자동차로 범람하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 서울의 도시환경이 당면한 중요한 이슈에는
도시환경에서 자동차와 주차의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수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동시에, 이러한 도시환경에서 자동차가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 공적인 보행공간(public pedestrian
space)을 도시공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급격히 변화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건축 분야가 담당해야 할 임무는,
앞서 언급한 구조적인 장애요소들의 제거 여부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도심건물에 있어서 설계대상을 확대해서 설계하는
일과, 도심건물에 공적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 공간으로의
보행 접근성을 높이는 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해볼 때, 1990년대의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도시건축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괄목할 정도로 발생하기 시작할 것 같고,
이러한 좋은 도시건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좀더 새로운
설계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내용을
좀더 설득력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대한주택공사가 개발한 을지로 2가
프로젝트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리가 을지로 2가
프로젝트를 선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사유에서이다.
첫째는,
이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1980년대에 지어진 도심프로젝트 중에서
규모로 보나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보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landmark)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프로젝트가 공공기관에 의해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서 비교적 공공성이 많이
강조되었고, 또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개발과정이 상당히
개방적이었던 프로젝트이다. 세째로는, 위에서 언급한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에 지어진 다른 프로젝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애물에 기인한 여러 가지 일반적인 문제들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