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건물에서 벗어나 도시 속의 단지로; 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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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n individual building to an urban site; Korea National Science Museum 

 

중앙과학관, 엑스포단지, 그리고 정부 제3 청사. 서울만이 전국을 상대하는 우리 나라에서, 대전만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물들이 많은 도시도 없다. 그것들이 제 구실을 다한다면 방문자들은 이 도시는 물론 나아가 국가 전체에 대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앙과학관을 살펴보자. 이 건물은 개방적인 주차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자동차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맞아들인다. 그리고 개울을 건너 운치있게 다가가는 관람자들은 야산을 배경으로 너른 녹지에 자리한 중앙과학관을 보고 큰 공원에 온 듯한 기분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도 잠시. 곧 매표소와 철제 담장에 맞부딪히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드러움보다 딱딱함에 가까움을 느끼게 된다. 난데없이 전시관에서 멀리 빠져나와 있는 매표소와 그것을 기점으로 뺑 둘려있는 담장을 보고,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사회의 공공의식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해본다. 그러한 시대착오적 의식의 결과물이 언제까지 우리의 눈앞에 존재할 것인가?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사기업의 연구소도 담장을 허무는 이 시점에, 도시에서 가장 공적이고 더욱이 전국을 상대로 하는 건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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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마음이 좀 트인다. 건물 사이를 과감하게 열어놓고 보울트를 씌운 공간으로 발길이 이끌리며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한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건물 바깥의 외부공간과 야외시설이 생각보다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앙과학관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하나하나의 건물 못지 않게 수준 높은 외부공간이 중요하다. 넓은 공간을 비워놓고 몇 개의 시설을 여기저기 늘어놓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과학관에서 건물 뒤의 야외극장을 발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건물 앞의 널따란 야외전시장, 건물, 그리고 야외극장이 있는 후면의 외부공간, 나아가서는 주변의 자연경관이 서로 단절된 상태로 따로 놀기 때문이다. 건물 앞 뒤쪽을 자연스레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건축적 장치가 아쉽다.

중앙과학관을 둘러보며, 외부공간과 야외시설은 내부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계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이런 문제는 중앙과학관을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전시공간 단지'로 생각하고 발전적으로 단지를 조성해감으로써 해결될 수 있으리라. 실제로 이미 1980년대 초에 중앙과학관은 단일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과학단지로 야심차게 계획되었었다. 이제 이 곳은 내부의 전시물에만 모든 것을 거는 한정된 건물이 아니라 건물 안팎의 공간이 긴밀히 엮여서 풍부한 체험과 휴식의 장소를 제공하는 '도시 속의 단지'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