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어휘에는 나름이 역할이 있다.;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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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사반 세기가 지나서도 현대건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축가인 루이스 칸(Louis Kahn)'벽돌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무엇이 되려는 지를.'이라는 말로, 건축재료와 어휘의 본질에 충실할 때 좋은 건축이 될 수 있음을 갈파하였다.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이하 정통대) 건물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린 것은 왜일까 자문해본다.

정통대 건물은 본래 한 사기업의 연구소로 지어졌다. 그리고 최근에 대학의 기능을 수용하게 되었다. 이같이 건물의 수명동안 쓰임새가 달라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런데, 쓰임새가 바뀔 때 건물이 엉망이 되지 않으려면, 건물의 공간체계에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정통대 건물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수용하는 데 큰 문제점이 없을 정도로 융통성있는 공간체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좋은 건축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떠한 쓰임새에 꼭 맞는가 하는 사실 못지 않게 보편적인 건축적 질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전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건물의 쓰임새는 바뀔 수도 있지만 그 건축적 질은 쓰임새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됨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우리도 역사 속에 건물을 남기려면 오히려 후자를 더 중요시하여야 함을 알게 된다.

 

 

건축적 질이란 '적절한 건축어휘가 선택되었는가? 그것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과 밀접히 관련된다. 두 동이 나란히 짝을 이룬 정통대 건물은 세련되고 눈에 잘 띄는 외관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내부의 마당인 아트리움이나 외부로 줄지어선 열주(列柱)와 같은 재미있는 어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과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된 어휘들이 본래의 역할에 그리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로서, 여유롭게 구성된 아트리움은 다른 내부공간과 잘 연계되지 않음으로 해서 실험실들의 채광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두 동 사이를 이간질하듯 놓여있는 회전차도도 문제이다. 서양에서는 19세기의 건물에서나 간혹 보이는 이 요소가 우리 건물들의 전면을 이렇듯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현관까지 차를 바짝 대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 장애인이나노약자를 배려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조직의 장을 편히 모시기 위해 누군가가 알아서 설치해온 것이다.

문제는 한 사람을 위한 이 회전차도가 정통대 건물의 건축적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두 동 사이에 이것이 놓임에 따라 이들 사이를 연결해주어야 할 열주들이 어정쩡한 위치에서 끝나버렸다. 묵직한 콘크리트와 날렵한 H형강이 짝을 이룬 이 열주들이 두 동을 연결한다면 건물 사이를 오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두 건물이 비로소 하나의 대학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    건 축 개 요   ]

·설 계: 건원종합건축사사무소 ·대지위치: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58-4
·대지면적: 103,890 m2 ·건축면적: 6,474 m2 ·연면적: 19,249 m2
·구 조 :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준공연도: 1996년 ·외부마감: 컬러 강화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