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건축에서 생각하는 재료와 시간의 문제; 상홍리공소

찾기 l English 

저널 


The notion of time and place, suggested by two Catholic stations

나란히 놓인 두 장의 건축사진을 보며 '장소와 시간의 문제'를 생각한다. 이 사진들에는, 75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가진 상홍리공소와 돌마루공소의 이미지가 들어있다. 두 건물은 모두 농촌마을,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았다.

상홍리공소는 언뜻보아 주변의 집들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소박한 규모로 지어졌다. 앞의 널찍한 마당만이 이 건물이 가진 공동성을 말해준다. 이 건물을 구축한 논리는 우리의 주택인 한옥의 그것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고 한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천주교의 의식이라는 새로운 쓰임새에 맞도록 한옥에 새로운 해석이 가해진 건물이다. 종탑, 네이브(nave)와 아일(aisle), 고창(clerestory)과 같은 고딕성당의 여러 요소들을 한옥의 구축방식으로 충실히 해석해냄으로써 상홍리공소는 한옥이 새로운 기능을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옥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며 기껏해야 전원의 주택이나 카페에서 기형적으로 재현될 뿐이라는 우울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도 이 건물을 본다면 한옥의 새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신도들의 자리가 놓이는 네이브 상부의 고창에서 빛이 떨어지는 성스런 분위기의 내부로 들어가보면, 상홍리공소에 설계자와 사용자들의 애정이 짙게 배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세심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창문의 디자인이나 목제 가구의 세부 디자인은 이 건물을 지은 이들의 정성을 담고있다. 또한 지은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이 건물은 매우 정결(精潔)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사용하고 관리하는 이들도 이 건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돌마루공소는 목조인 상홍리공소와 대비되는 외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철근콘크리트라는 새로운 구축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속되는 다소 높은 벽을 따르노라면 건물로 서서히 진입하게 되는데, 진입을 이끈 벽들은 한편으로 마당을 형성해준다. 벽이란 건물의 안팎을 구분하는 데 쓰이는 요소만은 아님을 이 건물은 보여주는 것이다. 본당 안은 역시 위에서부터 성스런 빛이 내려오며, 산쪽으로 열린 너른 창은 주변의 자연과 교감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두 공소건물은 추후 복원된 종탑의 디자인이 주는 다소의 부담감이라든지 노출콘크리트 시공의 문제 같은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건축 현실에서 볼 때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작품들에서 건축에 반영된 시대성의 변화를 본다. 상홍리공소가 그랬듯이, 돌마루공소가 2080년까지도 그 건축적 품위를 유지하여 시대성의 또 한 증거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상홍리공소 
·위치: 충남 서산시 음암면 상홍리 2구 159-2번지
·연면적:  128.44m²
·규모: 지상1층
·설계: 심 데시데라도 신부 주관  + 김민재(종탑)
·구조: 목구조
·준공연도: 1920년 준공, 1986년 종탑 복원

 

돌마루공소
·위치: 충남 당진군 정미면 승산리 160번지
·연면적:  492.20m²
·규모: 지상2층
·설계: 승효상(承孝相 1952 ∼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준공연도: 199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