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의 논리; 전자통신연구원 제 7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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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공간 9904

 

·위치: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161 ·대지면적: 339,416.20 m²
·건축면적: 18,817.20 m² ·연면적: 88,931.96 m²
·규모: 지상6층,지하2층 ·설계: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 고주석
·구조: 철골철근콘트리트조 ·내부마감: 바닥-access플로어 전도성타일  
·외부마감: 고광택 노출콘크리트+알루미늄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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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공간 9904

1970년대 말부터 각양각색의 건물들로 채워져온 대덕연구단지는 한국건축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전시장 같은 곳이다. 기업 또는 연구소의 이미지를 강변하는 그곳 각양각색의 건물들에는 경제성장에 대한 갈망과 함께 우리를 한동안 둘러싸 온 거품까지도 배어있다.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연구소건축의 모범답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전자통신연구원 제7 연구동' 건물을 살펴보고 싶다.

전자통신연구원은 남측이 개방되고 동서로 온화한 야산에 둘러싸인 지형에 단지를 형성하여 왔다. 북측의 정문으로 진입하면서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단지의 건물들은,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장소의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건물들을 거쳐서 도달하게 되는 제7 연구동의 대지는 단지 내부의 남서쪽 깊숙한 곳, 북에서 남으로 낮아지는 완만한 경사지형에 위치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7 연구동 프로젝트는 쾌적한 연구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는 건물 내적인 요구는 물론, 단지 내의 한 건물로서, 북측에 인접한 제6동을 비롯하여 다른 건물 및 공간들과 원활히 연계되어 단지의 전체 환경으로 통합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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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공간 9904

이러한 과제를 푸는 유용한 도구로 이 건물에 도입된 요소가 '중정'이다. 이 건물에서 중정은 세 가지의 모습을 갖는다. 1층 전면의 진입레벨에 위치한 동측 중정은 바깥으로 한 면이 개방됨으로써 단지와 이 건물을 연계시키고 있다. 이 중정은 건물 안쪽에서 보면 장방형의 단정한 형태로 보이나, 건물 외부에서 바라보면 공간의 깊이감을 좀더 느낄 수 있도록 투시도 효과를 고려하여 조경처리가 되었다.

서측 3층 레벨에는 성격이 다른 중정들이 짝을 이루어 배치되었다. 건물 전체 구성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여 네 면이 완전히 둘러싸인 정방형의 두 중정(광정)은 건물 내의 환경을 조절해 준다. 또한 서측으로 개방된 또 한 쌍의 장방형 중정은 서측의 수려한 산림으로 시선을 열어준다. 이들 두 쌍의 중정에는 그 위상과 쓰임새에 맞게 서로 다른 공간의 비례가 적절히 주어졌다. 그리고 이 두 레벨의 중정들 사이에 내부의 중정 곧, 아뜨리움이 원통형으로 계획되었다.

아뜨리움은 지면과 3층 등 두 레벨에 위치한 중정들을 이어주고 또 나누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남북으로 놓인 세 켜의 내부공간을 맺어주는 건물 구성의 중심적 요소로서, 구심적인 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로 열린 이 아뜨리움은 동서 양측으로도 중정들에 면함에 따라 그리로도 개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문제의 씨앗이 된 듯하다. 

결국 설계자는 그러한 '수평적 개방'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뜨리움을 동측으로 활짝 열어 버렸다. 그 결과 우리가 이 아뜨리움에 서면 하늘을 향한 구심적 느낌과 함께 동측으로 펼쳐지는 잘생긴 안산(案山)을 바라보고픈 욕구가 뒤엉켜 일어난다. 이 혼동은 '건축 요소의 적절한 위상'과 '빛의 방향성'이라는 문제를 다시금 생각게 한다. 아뜨리움에서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빛이 미약하게 느껴지는 것도 천창을 지지하는 철골부재들의 투박함 때문이라기보다 이러한 개념의 혼돈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뜨리움의 애매한 빛과는 달리 지하 강당의 좌우에 좁고 길게 형성된 통로로 노출 콘크리트 벽을 타고 떨어지는 햇살은 밝고 기분좋다. 우리가 좁고 긴 어떤 골목을 걸으며 느꼈을 이 '명랑한 적막함'을 이 건물에서 다시 독특하게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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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vault)형 지붕으로 씌워진 최상층으로 올라가면 벽면을 물려서(set back) 건물 외주부에 남겨지게 된 좁고 긴 옥상정원으로 나가보게 된다. 특히 동서로 7.26m에 달하는 남측의 옥상정원에 이르면, 알바 알토(Alvar Aalto)의 파이미오 요양소(Paimio Sanatorium) 옥상의 선테크(sundeck)에서와도 같이, 건물의 길이를 느낌과 동시에 전면 멀리로 눈길이 이끌린다. 결핵환자도 치유했던 남쪽의 햇살이 연구원들의 마음을 밝고 시원하게 해줄 것은 분명하다. 건물을 두르고 있는 옥상정원의 난간까지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더라면 금상첨화이었을 것이다.

아직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할지라도, 이들 중정과 옥상정원은 건물 주변부에 형성된 조경처리와 함께 이 건물의 설계에 '환경적 배려'가 깊이 스며있음을 보여준다. 주변경관과 단지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은, 6.6m X 6.6m의 모듈체계에 바탕을 둔 정연한 외관에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이 건물의 기본 개념이다. 머지 않아 3층 레벨의 네 곳 중정에는 앉을 자리와 부드러운 조경이 더 해져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건물은, 중정을 통한 기본 해법의 개념적 명료함과 함께 건축기술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세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가 과연 우리의 시공조건에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이 건물의 내외부가 보여주는 불소수지 코팅의 '고광택 노출콘크리트' 시공상태에서 상당 부분 떨쳐진다. 또한 실내의 바닥은 연구공간의 기술적인 요건에 따라 액세스 플로어(access floor)를 깔았고 나아가 그곳에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하여 공조실을 줄이고 냉난방 장소의 융통성을 높였다. 그밖에도 CM(Construction Manager),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가 협력하여 현장에 요구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나아가 그것을 국산화하고 현실조건에 적응시키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건물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노력의 결과임을 알게 되었다.

 

 

'전자통신연구원 제7 연구동' 건물에서, 모듈체계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질서있는 공간구성, 여러 성격의 중정들과 조경을 매개로 한 환경의 구축,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공 등을 통한 기술과 디테일의 진보와 같은 건축의 제반 요건들이 통합적인 태도로 추구되었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제한적이기만 한 우리의 건축현실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차분하면서도 건축적으로 진실된 연구소 건물이 많아지면 대덕연구단지의 환경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